‘2011 롯데카드 프로야구’ 지난 주말 시리즈 최대 이슈는 파죽지세의 삼성과 롯데가 맞붙은 사직 3연전이었다. 두 팀은 후반기 들어 팀 전력이 급상승했던 팀들이다.

결과는 삼성의 위닝 시리즈. 삼성은 2승1패를 거둬 소기의 목표를 달성했다. 롯데는 1승2패에 그쳤지만 상승세가 꺾인 건 아니다. 비록 위닝 시리즈엔 실패했지만 타력의 상승세가 꺾였다고 보기엔 이르다.

올 시즌 ‘롯데 킬러’로 등장한 정인욱이 등판한 7일 경기에서는 롯데가 무려 17개의 장단타로 삼성 마운드를 초토화시키며 11-4 대승을 거뒀다.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홈런 한 방을 터뜨린 타자가 있다. 바로 롯데의 3번 타자 손아섭(23)이다.

1-0 박빙의 리드 속에 롯데는 3회말 손용석의 2타점 3루타로 도망갔다. 하지만 삼성이 4회 공격에서 바로 1점을 따라붙었다. 이후 손아섭이 승부의 향방을 결정짓는 좌월 솔로 쐐기포를 쏘아 올렸다. 그 홈런 한 방으로 ‘역전의 명수’ 삼성의 추격 의지는 꺾였다.

손아섭의 최근 타격 상승세는 놀랍다. 후반기 10경기에서 39타수 17안타 2홈런 타율 0.436을 기록, 절정의 타격감을 뽐내고 있다. 손아섭의 불붙은 방망이와 롯데 상승세는 궤를 같이 한다.

'부산고 유격수' 손광민 잊어라

손아섭은 지난 2009년 개명을 했다. 본명은 손광민이었지만 야구 선수로 대성하기 위해 이름을 손아섭으로 바꾼 것. 2008년 타율 0.303을 기록하며 타격의 재능을 보이던 손아섭은 2009시즌 장타 위주로 타격폼을 바꿨다. 그 결과 상체가 앞으로 쏠리고 밸런스가 무너지면서 시즌 타율이 무려 1할대(0.186)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개명한 뒤인 2010시즌에 타격폼도 짧고 간결한 스윙으로 바꾸면서 타율도 3할로 복귀했다. 올 시즌엔 완전한 클로즈드 스탠스(Closed Stance)를 구사, 떨어지는 유인구에 중심이 앞으로 안 쏠리면서 정교함은 더욱 향상됐다.

9일 현재 타율 0.327을 기록한 손아섭의 타격 랭킹은 4위. 이용규(KIA)-이대호(롯데)-이병규(LG) 등 리그 최고 타자들 바로 다음이 그의 자리다. 정교한 컨택 능력을 갖춘 외야수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내야수 손광민은 이제 없다. 어설픈 좌익수 손광민도 없다. 오로지 우익수 손아섭 만이 롯데에 존재한다.

'부산 갈매기' 가르시아도 잊어라

손아섭 역할이 2011시즌 롯데 타선에선 키워드였다.

작년까지 롯데 클린업 좌타자는 카림 가르시아(한화). 롯데는 가르시아를 퇴출시키고 마운드를 강화했다. 우익수 빈자리는 손아섭에게 돌아갔다. 가르시아 퇴출과 포지션 변경으로 인한 타격 집단 슬럼프가 찾아오면서 가르시아의 빈자리가 부각됐다.

가르시아가 빠진 롯데 타선은 좌타가 부족했다. 두산은 롯데를 상대할 땐 김성배를 선발로 올렸을 정도다. 손아섭이 해줘야 만 롯데 타선은 좌우 유기적 짜임새가 생기는 상황이었다. 좌타 자원 이인구와 이승화, 김문호 등은 존재감이 떨어졌다. 롯데 왼쪽 타선의 중책을 짊어져 어깨가 무거울 법한 고졸 5년차 손아섭은 당당히 이대호와 클린업을 구축했다.

반면, 한화로 이적한 가르시아의 현재 타율은 0.235에 불과하다. 타격의 정교함에서 이미 가르시아를 추월했다. 홈런도 10개나 때렸다. 로가르시아에 비해 타격은 오히려 더 뛰어나다.

게다가, 처갓집 문 앞 같이 낯설던 외야 수비도 이젠 자리가 잡혔다. 손아섭은 사실 부산고 시절 유격수를 봤다. 롯데 입단한 후 외야로 포지션을 변경, 입단 초기엔 타구 판단과 포구 등 부실한 수비 장면을 자주 연출했다.

이젠 다르다. 리그 외야수 중 보살(補殺) 1위(16)에 당당히 올라있다. 동료 전준우(10)을 큰 격차로 따돌리고 리그 최고 강견 외야수에 이름을 올렸다. '국민 우익수' 이진영(LG)보다 오히려 송구 스피드는 더 뛰어나다. 상대팀 1,2루 주자들은 우익수 앞 짧은 안타로 홈으로 뛰어들 때는 적잖은 모험을 감수해야 할 지경.

이제 사직구장 우익수 자리에서 가르시아의 잔상은 지워졌다. 손아섭이 그 자리를 충분히 메우고 남을 정도. 타격에서도 손아섭의 전광석화 같은 스윙 스피드와 컨택 능력은 상대 배터리의 간담을 서늘케 할 정도다.

손아섭은 올 시즌 두 명의 선수를 지웠다. 롯데팬들 마음에 자리 잡았던 '갈매기' 가르시아를, 그리고 자신의 마음에 남아있던 '유격수' 손광민을 모두 지웠다.[데일리안 스포츠 = 이일동 기자]

정말 음파이름의 신비는 끝이 없는 것 같습니다.

본 한글음파이름학회에서 개명이후 롯데의 주축돌이 된 손아섭의 모습이 

너무 보기 좋습니다. 앞으로도 더 멋진 활약이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