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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할머니가 보고 싶다. [한효섭 칼럼 12]
제목 :  첫사랑 할머니가 보고 싶다. [한효섭 칼럼 12]
작성자 : 한얼 / 2020-10-14 오후 5:19:18

첫사랑 할머니가 보고 싶다.


긴 겨울 동안 붉은 동백꽃이 한 잎, 두 잎 떨어질 때 한얼 동산에 활짝 핀 목련꽃이 아름답게 피더니 어느새 떨어진다. 살구꽃이 다시 피고 떨어지니, 벚꽃이 화려하게 피었고 사라지니, 유채꽃이 만발하게 피었다가 지고 나니, 철쭉꽃과 장미꽃이 한얼의 교정을 붉게 물들게 하고, 이름 없는 들꽃과 새들이 지저귄다. 아름다운 한얼 동산에는 때가 되니 꽃도 피고 새도 울건만, 올해의 봄은 왜 이렇게 쓸쓸한가? 은빛 머리 소녀와 손을 잡고 꽃동산을 거닐며 춤추고 노래하며 행복했던 그 시절은 어디 가고 적막한 한얼동산에 외로운 꽃들만 홀로 피었다가 지는가? 분명히 새봄은 왔건만 봄을 느낄 수 없다. 봄이면 꽃향기 맡으며 찾아오던 할머니의 모습에 보이지 않으니 가슴만 답답하고 눈물만 흐른다.

“세상을 살아보니 이렇게 행복한 날도 있구나.”하시면서 너무나도 행복한 모습으로 다가오던 노인대학 어르신. “낫 놓고 ㄱ자도 몰랐던 우리가 자식에게 편지 보내고 시(詩)를 쓰고 낭송하며, 학교 가는 것이 평생소원이었는데 대학생이 되었다.”고 기뻐하던 모습도, “꿈에도 생각 못했던 학사모를 쓰고 졸업하고, 낙제하고 또다시 입학하니 여기가 극락세계이고, 천국이 아닌가.” 하시면서 “평생에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꿈에도 몰랐다.”던 할머니의 모습을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져 온다.

“평생 생일 한번 챙겨 먹지 못한 내 인생에, 생일잔치, 팔순 잔치 다 해보고, 소풍 가고, 견학 가고, 여행가는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다.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다.”하시며 그토록 기뻐하는 할머니가 손꼽아 기다리던 노인대학이 개학하지 못하니,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며 자꾸만 눈물이 난다. 혹시나 우리 노인 학생 다치지나 않았는지, 아프지나 않은지 걱정이 태산 같다.

“코로나 19가 원수로다.”하시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두려움보다 더 두려운 것은 선생님이 보고 싶고, 친구들이 보고 싶고, 한얼교정이 그리워서 고독한 게 더 두렵고, 외로워서 못 살겠고 몸 아파서 못 살겠다던 은빛 머리 제자들의 목이 멘 전화 소리에 하염없이 흐르는 눈물을 막을 길이 없다.

필자가 19세 때 돌아가신 부모님이 그리워서 부모님의 친구분들과 이웃 노인을 부모처럼 모셔놓고 부모에게 못다 한 효도를 하느라고 설립한 한얼노인대학이 어느덧 56년이 되었다. 어느새 필자도 노인이 되었지만, 어느 제자보다 사랑하고 보고 싶은 노인대학 제자들을 보는 것이 필자의 보람이고 행복이었다.

필자의 첫사랑은 18세 범어사 입구 감나무 밑 평상에서 만난 할머니였다. 지금까지 필자가 본 여인 중에 그 할머니보다 더 아름답고 가슴을 설레게 하는 여인은 없었다. 아마도 그 할머니의 모습에서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했고 어린 손을 잡아주며 사랑으로 안아주었던 할머니의 모습을 발견하였는지 모른다. 그때 그 할머니가 필자의 첫사랑이며 56년을 하루 같이 첫사랑 할머니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었다.

필자는 언제나 첫사랑을 대하는 설레는 마음으로 한얼노인대학 학생들과 이웃 노인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있다. 1964년 고등학교 3학년 때 적은 자작시를 나영수가 작곡하고 김규랑 가수가 부른 ‘첫사랑’이 이를 대변해 준다.

‘하얀 무명 적삼 입은 모습으로, 나 젊을 때 감나무 밑에서, 은빛 머리에 미소 보내던, 그 여인이 생각이 난다. 자꾸만 떠오르고 보고 싶다. 그리워진다. 영원히 변치 않고, 꿈마다 찾아오는, 그때 여인이, 아마 나의 첫사랑인가 봐. 그때 여인이, 아마 나의 첫사랑 인가 봐.’

어느덧 신록의 계절 5월이 되었는데 왜 기쁘지도 즐겁지도 않으며, 산과 들과 자연과 꽃들이 아름답지 않은가? 언제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물러가고 한얼동산에 새봄이 오려나. 외롭고 쓸쓸하게 피고 지는 꽃들이 언제쯤이면 희망을 노래하고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을는지. 그날이 기다려진다. 그날이 그리워진다.

하루빨리 한얼의 교정에서 첫사랑 할머니가 보고 싶다. 한얼노인대학 학생에게 첫사랑 노래를 불러주고 싶다. 한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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